소모.

대체로 어떤 일이든지 겪으면 득이 된다고 믿었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 나쁜 이야기든 좋은 이야기든 일단 들어두면 사람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될거라고 믿었는데 악의에 찬 거짓말을 듣고있다 보면 내면에 남아있는 최소한의 선량함마저 잃어버리는 것 같아 두려워.

지금은 너무나 어려운 시기라 모두가 악바리가 되어버려서 그런 걸까. 그런데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 수 있었던 행복한 시대가 예전에 있었을까. 앞으로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헨리 제임스의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은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너무나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고 너무나 비슷한 행동을 하더라. 그러니까.

삶을 소모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버리는 쪽이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환경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 그런데. 은둔하는 사람과 혁명하는 사람은 언제나 실패했던 것 같아서 슬프다.

어차피 삶은 소모되는 거니까 아무래도 괜찮아. 이렇게 믿는다면 정말 좋을텐데.

by 작나무 | 2009/06/20 01:27 | 미분류 | 트랙백 | 덧글(11)
트랙백 주소 : http://treeart.egloos.com/tb/416980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스타라쿠 at 2009/06/20 01:30
역사는 돌고 돌며,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더라~

과학의 발전은 제외하고 말이죠.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9/06/20 17:19
ㅇㅇ. 맞아요. 과학의 발전은 제외하구요.
Commented by 네로 at 2009/06/22 00:05
작나무님께서 지구의 여왕이 될 야심이 있는게 아니라면 그런 걱정은 너무 안 하셔도 될 거 같아요.
삶을 맘껏 즐기며 이로인해 누군가에게 해가되는 일만 하지 않으면 되죠.
어차피 삶은 공평하게 소모되는 거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단지 먹지못해 한 덩이의 빵이 소원인 사람들도 있어요.
배가부르면 또 다른 욕망이 생길테지요...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9/06/22 01:55
어차피 삶은 공평하게 소모되는 거니까 정말 괜찮을 거야. 그렇죠? 그런가요?
Commented by 스타라쿠 at 2009/06/22 02:28
어차피 삶은 공평하게 소모되고, 엔트로피는 증가해서 우주는 식기 마련이니,

걱정없이 숨만 쉬다 죽어도 우주적 차원에 있어서 전혀 손실이 아니라능.

정말 그렇습니까?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9/07/16 08:16
글쎄요. 그런가요?
Commented by 스타라쿠 at 2009/07/17 03:48
그렇더라도, 살아가야죠.
Commented by 아니마 at 2009/07/12 17:59
사랑에 실패했다고 우울해하는 누군가한테 연애 좀 해 봤다는 선배가 그랬다는군요. "성공으로 끝나는 연애도 있었냐?"

혁명가와 은둔자의 정해진 실패...라는 대목에서 그냥 생각이 나서 덧붙여봐요.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9/07/16 08:16
그 선배 누구신지 소개 좀... ;ㅂ;
어쩌면 성공 같은 거 없는지도 몰라.
Commented by i_jin at 2009/08/05 09:40
'삶의 밀도는 매순간 같지 않다'
어디서 나온 글귀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말이 떠오르네요.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9/08/29 17:32
지금은 전혀 긴밀하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어서, 굉장히 마음에 와닿네요.

:         :

:

비공개 덧글